세계는 경험하는 만큼 넓어진다는 말은 당연하게 들리지만, 그걸 직접 체험하는 것은 제법 충격적인 깨달음을 안겨주는 법입니다. 저는 성공회대 재학시절 중 일 년 동안 일본 릿쿄대학(立敎大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제 세계가 전과 비교할 수 없게 확장된 것을 느꼈습니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배운 것은, 세상은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넓다는 것, 그리고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일들이 내 삶에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도쿄에 도착한 첫 날 조선인 혐오 시위를 마주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호기롭게 아르바이트 첫 출근을 했는데 출근인사를 뭐라고 해야하는지를 몰라 쩔쩔매게 될 줄도 몰랐습니다. 그밖에도 예상치 못한 일들, 전혀 몰랐던 일들,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하루에도 몇 개 씩 일어났습니다. 매일 저는 도전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이 세상이 영원히 어렵고 모르는 것투성이어도 나는 내 앞에 다가온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내며 살아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그 후 졸업해 취업도 하고, 자신없지만 해보고 싶던 일본어 통번역도 해보고, 용감하게 이직도 했습니다. 스물 아홉 살 나이에 갑자기 퇴사를 하고 호주로 떠나 일 년간 지내며 어릴 적 꿈이었던 투어가이드와 한국어 강사 일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디지털과는 담쌓은 제가 삽십대에 들어서 갑자기 디지털 공론장 활동을 하고, 멋진 미디어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 온 마음을 바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과거의 저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일입니다. 세상은 넓고 그 안에서 나는 좌충우돌하며 살아나가고, 그 과정에서 경험하고 성장하는 만큼 나의 세계는 더 넓어지기 때문에, 오늘의 나는 미래의 나를 감히 예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안하고 걱정이 많던 지독한 회피형 인간이었던 제가, 일본 교환학생 시절을 기점으로 도전가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에게 가장 든든한 무기를 저는 일본 교환학생 시절에 얻었습니다. 저에게 수많은 경험들을 안겨준 그 때 그 시간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요즘도 종종 꺼내 곱씹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