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학번으로 입학하여 2013년도에 졸업하기까지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저는 성공회대에서 절대 잊지 못할 최고의 20대 시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성공회대는 존경하는 제 인생의 롤모델과 부모님같은 교수님들, 형제와 같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 ‘제 두 번째 집'이었습니다. 제가 신입생이던 당시 김성수 주교님께서 총장을 역임하셨습니다. ‘총장님'이라고 불리는 것보다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하셨고 인자한 미소로 항상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들을 맞이하고 대화를 나누시던 분이었습니다. 시험기간에는 늦은 밤까지 열람실에서 친구들과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총장님이 나타나 열람실을 직접 다니시며 졸고 있는 친구들을 깨우고 학생들 어깨도 주물러 주시고 ‘화이팅' 기운을 불어넣어 주셨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새천년관에선 직접 준비하신 김밥과 각종 간식거리를 펼쳐 놓고 늦게까지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셨습니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총장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본 적도 없이 졸업하는 대부분의 친구들과는 다르게, 전 캠퍼스 곳곳에서 총장님을 만날 수 있었고 안부 인사도 주고받고 깔깔대고 웃으며 농담도 했습니다. 임기 이후에는 강화에 위치한 장애인 재활시설 <우리마을>로 돌아가시어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모습에 저도 총장님과 같은 교육자가 되고 성공회대의 총장이 되겠다는 인생계획을 세웠습니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과 노는 것과 동아리 활동에 빠져서 1학년 때는 전공공부를 소홀히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에게서 가능성을 보신 교수님 덕분에 ‘필리핀창 2기'로 참여하여 필리핀 바기오 지역에 위치한 세인트 루이스 대학교에서 1년간 수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영어를 시험보기 위한 과목으로서 공부해왔다면, 필리핀창을 통해 사람간 대화하고 교류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영어라는 언어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해본 적 없는 기숙사 생활과 필리핀에서의 교내 활동 및 여행을 통해 정말 많은 재미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다녀온 지 15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당시의 친구들과 “그때 필리핀 안 다녀왔으면 어쩔 뻔 했냐"고 추억하며 여전히 웃음짓습니다. 저는 필리핀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그 이후 영국에서의 1년간 봉사활동과 미국에서 2년간 직장생활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필리핀창에 참여한 기간 동안 바기오 내 길거리소년들을 위한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기도 했는데, 이때를 계기로 미국에서도 미국 내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을 가르치고 창업을 도와 궁극적인 빈곤의 고리를 끊도록 하는 교육비영리기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아프리카국가들의 빈곤 해소와 교육개발을위한 소명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학과공부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성공회대에서 만난 교수님들과 학우들 간의 교류를 통해 더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배웠으며 그 배움은 졸업을 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성공회대는 제게 꿈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알게 해준 성공회대와 같은 따뜻하고 넓은 교육터전을 만들어나가고 싶고, 학생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다 기억하고 세심하게 마음 쏟으시던 총장님, 교수님들과 같은 교육자가 되고 싶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해주며 항상 웃음이 넘치던 제 학우들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